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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복도에서 배송 로봇이 지나가고, 주차장에서 자율주행 로봇이 차를 옮기는 풍경이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 같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이동로봇 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내면서 주차장, 공동주택, 건설현장 등 일상 공간에 로봇 운행을 허용하는 법적 근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반갑기도 하지만, 저는 솔직히 이 소식을 접했을 때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일상 공간에 로봇이 들어온다는 것의 의미
국토교통부는 2025년 이동로봇의 안전한 이용 및 상용화 촉진을 위한 특별법안 설명회를 판교테크노밸리에서 개최했습니다(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이 자리에는 국내 40여 개 로봇 기업이 참석했고, 법안의 주요 내용과 방향이 공유됐습니다.
여기서 이동로봇이란 단순히 공장 안을 돌아다니는 산업용 기계가 아닙니다. 배송·주차·전기차 충전·운반·보안·유지보수 등 실생활에 밀착된 업무를 수행하면서 실내외 공간을 자율주행(autonomous driving) 또는 원격조종 방식으로 이동하는 지능형 로봇 전체를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매일 걷는 아파트 복도나 주차장, 건설현장에서 사람 대신 또는 사람과 함께 움직이는 로봇입니다.
법안에는 건축물, 공동주택, 주차장, 실외공간, 건설현장 등에서 로봇 운행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시설 규제 특례가 포함됩니다. 기존 법령이 로봇 운행을 전혀 상정하지 않고 만들어진 탓에,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실제 공간에 들어올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제도적 공백이 상용화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셈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IT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대한민국이 자율주행과 로봇 기술에 투자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법적 기반을 갖추지 않으면 기업들이 실증 이상을 못 넘는다는 것도 압니다. 그런데 법이 먼저 문을 열어주면, 그 문으로 무엇이 들어오는지는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안에서 주목할 부분은 분야별 운영기준과 안전관리 기준을 별도로 마련한다는 점입니다. 안전관리 기준이란 이동로봇이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움직일 때 지켜야 할 속도, 경로, 충돌 회피 조건 등을 구체화한 규정을 말합니다. 또한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와 사고 조사체계도 법에 담기로 했습니다.
- 건축물·공동주택·주차장·실외공간·건설현장 등에 로봇 운행 특례 부여
- 분야별 이동로봇 운영기준 및 안전관리 기준 신설
- 사고 발생 시 책임 명확화 및 사고 조사체계 구축
- 제한된 실증공간을 넘어 범용 활용 기반 마련
안전 기준만큼 중요한 것, 사람이 준비됐는가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몇 년 전 서빙로봇이 한창 식당에 도입됐을 때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처음엔 신기했지만 금방 불편함이 쌓였습니다. 좁은 통로에서 로봇이 멈추면 사람이 피해야 했고, 주문 실수나 이상 동작에도 직원을 찾아야 했습니다. 결국 서빙로봇을 들여놨던 가게들 상당수가 조용히 철수시켰습니다.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공간, 그리고 서비스 품질의 문제였습니다.
이동로봇의 상용화 과정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자율주행(autonomous driving)이란 로봇이나 차량이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경로를 판단하고 이동하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이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건 자율주행 자동차 사고 뉴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로보다 훨씬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사람들의 일상 공간에 같은 방식의 로봇이 들어온다면, 사고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도로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핸드폰을 보면서 운전하거나, 깜빡이도 없이 차선을 바꾸는 사람들을 하루에도 수차례 마주칩니다. 자율주행 모드를 믿고 딴짓을 하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도 이미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동로봇까지 더해지면 어떻게 될지, 솔직히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국토부 김윤덕 장관은 "로봇을 개발하는 단계를 넘어 사람과 로봇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는 제도적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이 말에는 동의합니다. 그런데 공존을 위한 준비가 법과 기술만으로 되는 건 아닙니다. 로봇을 사용하는 사람, 로봇 옆에서 걷는 사람 모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과 문화가 함께 만들어져야 합니다.
모빌리티 로봇(mobility robot), 즉 사람의 이동 공간을 함께 쓰는 로봇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공공 공간의 참여자가 됩니다. 이 개념은 단지 기술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로봇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문제입니다. 법안이 사고 대응체계를 담는다고 했는데, 그 기준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촘촘하고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저는 로봇 기술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사람이 하고, 로봇의 역할은 부분적인 보조에 머물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편의성을 이유로 모든 것을 로봇에 맡기기 시작하면, 그다음에 사람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남을지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동로봇 특별법이 통과되면 언제부터 로봇이 아파트나 주차장에 다니나요?
A. 법안은 현재 설명회와 업계 의견 수렴 단계로, 국회 발의 및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법이 제정된다고 바로 모든 공간에 로봇이 투입되는 것은 아니고, 분야별 운영기준과 안전관리 기준이 마련된 뒤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입니다. 정확한 시행 시점은 국회 심사 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이동로봇이 사고를 내면 누가 책임을 지나요?
A. 이번 특별법안에는 이동로봇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사고 조사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책임 배분 방식(제조사·운영자·사용자 간)은 법안 심사 과정에서 더 다듬어질 부분입니다. 현재로선 운영 주체에게 상당한 책임이 부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서빙로봇처럼 이동로봇도 결국 사라지는 거 아닌가요?
A. 서빙로봇이 많은 식당에서 다시 철수한 건 기술보다 공간·서비스 품질·사람과의 동선 문제가 컸기 때문입니다. 이동로봇도 같은 문제를 겪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다만 이번 특별법이 공간 설계 단계부터 로봇 운행을 고려하도록 제도화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기존 공간에 로봇을 끼워 넣던 방식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Q. 자율주행 로봇과 자율주행 자동차는 뭐가 다른가요?
A. 자율주행 자동차는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는 반면, 이동로봇은 건축물·주차장·실외 보행공간 등 훨씬 다양한 환경에서 운행됩니다. 이동 속도는 대체로 낮지만, 사람과의 근접 거리가 훨씬 가깝고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습니다. 때문에 적용되는 안전관리 기준도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 것입니다.
결론
이동로봇 특별법이 만들어진다는 건 기술을 현실로 끌어오기 위한 필요한 과정입니다. 법적 기반 없이는 기업도, 서비스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이 흐름을 보면서 한 가지를 계속 생각합니다. 로봇이 일상에 들어오는 속도만큼, 사람이 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준비가 따라가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사람의 습관과 태도는 그만큼 빠르게 바뀌지 않습니다. 도로에서 이미 보고 있는 것처럼, 편리한 기술이 생기면 사람은 더 쉽게 주의를 놓습니다. 이동로봇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려면, 로봇이 할 일과 사람이 해야 할 일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그 경계를 지켜나가는 문화가 법보다 먼저 또는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안의 추이를 계속 지켜보면서 업계와 정부의 논의 방향을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